젊은작가상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2010년 신설된 이래 젊은작가상은 명실공히 독자와 평단의 가장 큰 지지와 호응을 얻는 문학상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등단 십 년 이내의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독자들에게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얼굴을 접할 수 있는 기회로, 신예 작가들에게는 격려와 도약의 계기로 자리잡았다. 아직 첫 책이 출간되지 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많은 독자들에게 알리기 어려운 현실에서, 젊은작가상을 통해 신예 작가들의 작품이 한 발짝 앞서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이후 출간될 단행본에 대한 기대감을 높임으로써, 젊은작가상은 단순히 한 해의 축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수상 이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기폭제가 되어주었다. 문학동네는 10주년을 맞이하는 젊은작가상의 이같은 성취와 취지를 널리 알리고 그동안의 수상작을 새로이 조명하기 위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을 선보인다. 작년 동네서점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출판계에 신선한 자극을 준 『2010-2017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동네서점 베스트 컬렉션』에 이은 두번째 특별 기획이다. 수상 작가들의 작품세계가 저마다 고유한 만큼 그들이 추천하는 작품들 또한 다양했지만, 7편의 작품은 의외로 쉽사리 추려졌다. 확실한 취향과 안목을 가진 작가들에게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품은 편혜영 「저녁의 구애」, 김애란 「물속 골리앗」, 손보미 「폭우」, 이장욱 「절반 이상의 하루오」, 황정은 「상류엔 맹금류」, 정지돈 「건축이냐 혁명이냐」, 강화길 「호수―다른 사람」이다.
30년 넘게 일해온 윤지아는 일곱 살 손녀 서윤이의 학원 라이드를 해달라는 직장맘 딸 정은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대치동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클레어할머니'로서 전혀 예기치 못한 라이딩 인생을 시작한다. 장편소설 는 우리 사회 젊은 세대의 치열한 생존 경쟁 현실과 이를 위해 새로운 추세로 자리 잡은 노년 세대의 손주 교육 부담, 또 젊은 세대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선택하게 되는 맹목적 사교육 현실과 아마도 마지막이 됐을 주인공들의 사랑을 통해, 다들 바쁘고 분주하지만 수시로 상처받고 고단한 우리 삶에 대한 위로를 전하고자 한 작품이다. 과연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는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전하고자 한 소설이다. 장편소설임에도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읽기 편하고 재미있게 구성한 서술과 현실감 강한 스토리가 몰입감 높게 펼쳐진다.
현재 미국 노동자 3명 중 1명은 프리랜서다. 독립계약자, 프리랜서, 임시직 등의 대안적 근로 형태를 일컫는 ‘긱 경제’의 성장세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과연 이 같은 변화가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 책은 우버 택시운전사 겸 웨이터, 뉴욕에서 정규직장을 그만두고 긱스터에 합류한 잘나가는 프로그래머, 아마존이 만든 인력중개 플랫폼을 통해 소득을 버는 캐나다의 워킹맘 등 다양한 인물들을 좇으며 이미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직장이 없어지는 시대’는 누군가에게 자유와 유연성, 경제적 이익이 보장되는 삶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실업에 대한 차악의 선택일 뿐이다. 저자는 긱 경제를 체험 중인 사람들이 일하는 현장과 경제 전문가들을 전방위 취재하며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중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간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실험복을 입은 알랭 드 보통’이라 극찬한 저자 딜런 에번스의 논픽션.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가정하고 자원자들을 모집해서 18개월 동안 실제로 자급자족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보려 했던, 그러나 결국에는 자기 파멸이라는 파국으로 끝나버리고 만 ‘유토피아 실험’의 시작부터 ‘종말’,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흥미진진한 책이다. 물질문명의 최첨단과 문명 붕괴 이후의 가상 세계 사이에서 지독한 희망과 지독한 좌절의 롤러코스터를 탔던 한 과학자의 경험을 지적이면서도 세밀하게 그려낸다. 순수하고 공평무사한 탈(脫) 문명 공동체가 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수많은 좌절과 깊은 우울감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풀어냈다. 저마다의 가치와 철학을 현실에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 ‘현실성 없는 이상주의와 상상력 없는 현실주의’ 사이에서 매 순간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용기 있는 실천의 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통 공룡 아마존은 진출해 있는 많은 나라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본국 미국에는 '아마존 공포종목지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바로 이 책의 제목 '데스 바이 아마존'이다. 아마존 때문에 타격을 입은 54개의 상장 기업들이 그 대상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물론 백화점 메이시스와 노드스트롬, 서점 반스앤노블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마존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기 때문에 그 파괴력을 실감하기란 어렵다. 바로 그 점이 문제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것이다. 당장 내일 쇼핑몰 '아마존닷컴'이 한국 진출을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말이다. 시장은 격변하고 있고 한국 역시 유통 전쟁의 안전지대일 수만은 없다. 어쩌면 지금이 다가올 유통 혁명을 대비하기에 가장 좋은 때다. 아마존이 눈독 들이는 신규 사업들과 그 진입 전략, 그러한 아마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아마존과의 정면 대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살펴보는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훌륭한 참고자료가 되어 준다. '데스 바이 아마존'에 들었다고 바로 죽는 것도 아니고, 바로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상대가 아마존이 아니면 또 어떤가. 대기업과의 한판 승부를 노리는 강소기업들, 새로운 도전에 나선 스타트업과 기업가들에게 책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널리, 꾸준히 읽히는 정치사상가는 단연 한나 아렌트다. 게다가 해설서가 아닌 저작이 가장 폭넓게 읽힌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오히려 몇몇 드라마틱한 삶의 변곡점 외에는 생애가 덜 알려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의 사유가 현재로 올수록 더욱 뜨겁게 읽히는 까닭은, 유대인, 여성, 난민 등 시대에 얽힌 이름들에 붙들리면서도, 끊임없이 ‘금’을 밟거나 넘어서며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의 삶 때문일 터, 그래픽노블로 그려낸 그의 생애 전체가 새삼 반갑고 그립다. 이 책은 아렌트의 어린 시절부터 말년까지 전 생애를 '세 번의 탈출'이라는 이야기로 담아낸다. 나치를 피해 독일에서 프랑스로, 독일에 점령 당한 프랑스에서 다시 미국으로 망명하는 두 번의 탈출은 널리 알려진 아렌트의 삶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 탈출은 무엇일까?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삶과 사상을 교차시키며 새로운 이해와 감각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야기가 끝나는 곳에서 "살아 있는 것과 사유하는 것은 결국 같은" 거라는 아렌트의 말과 "세상에서 우리를 이끌어 줄 유일한 진리나 이해를 위한 묘책 같은 건 없다. 영광스럽고 결코 끝나지 않는 난장판이 있을 뿐이다. 인간의 진정한 자유를 위한 끝없는 난장판 말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만나듯, 아렌트가 보여준 철저한 사유의 실천은 여전히, 뜨겁게, 진행중이다.